일본 미스터리 소설의 아버지로 불리는 에도가와 란포(江戶川亂步)의 대표적인 장편소설의 하나로서, 군더더기 없이 치밀하게 짜여진 줄거리가 돋보이는 완성도 높은 작품이다.
이야기는 크게 2부 구성으로 되어 있는데, 전반부는 도입부에서 극적인 모험을 예고한 뒤 주인공의 연인이 의문의 살해를 당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이것이 다시 제2, 제3의 살인사건으로 이어지면서 수수께끼를 제시하는데, 이 과정에서 주인공과 미묘한 관계에 있는 모로토 미치오라는 비상한 두뇌의 청년이 주인공을 도와 사건을 풀어나간다.
그리고 두 사람이 수수께끼의 암호문을 입수하면서 살인자의 모습은 조금씩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후반부에서는 전반부에서 입수한 단서를 가지고 외딴 섬을 무대로 미증유의 음모를 꾸미는 괴노인과 대결하며 숨겨진 보물을 찾아내는 엽기적이면서도 로맨틱한 모험담이 전개된다.
이윽고 숨 가쁘게 닥쳐오는 위기를 극복하고 주인공 일행이 지하동굴에서 탈출하면서 이야기는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되는데, 란포 특유의 괴기와 로맨티시즘, 모험과 추리가 융합된 흥미진진한 작품이다.
에도가와 란포(江戶川亂步,1894~1965)는 일본 미스터리 소설의 원조로서 와세다 대학을 졸업하고 무역상, 조선소 사무원, 헌책방 경영, 시청 공무원, 기자 등 온갖 다양한 직업을 전전하던 끝에 미스터리작가가 된 이색적인 경력의 소유자이다.
본명은 히라이 타로(平井太郞)이나 미국의 소설가 에드거 앨런 포의 이름을 흉내 내 에도가와 란포란 필명을 사용했다.
대학 시절에는 암호에 흥미가 많아서 암호법을 열심히 연구한 적도 있었는데, 그런 재능이 나중에 그의 소설에 나타나는 암호해독과 결말의 의외성으로 나타나고 있다.
1923년에 발표된 단편 ‘2전 동화(銅貨)’를 시작으로 치밀한 심리묘사를 바탕으로 하는 추리소설을 속속 발표하였으며, 나아가 인간의 숨은 욕망과 몽상을 담은 미스터리 소설을 다수 발표하였다.
이것은 에드거 앨런 포가 자신의 작품들을 스스로 그로테스크(Grotesque)와 아라베스크(Arabesque) 한 것으로 특징지은 것과 상통한다.
일본에서는 란포의 많은 소설들이 만화, 게임, 드라마 및 영화 등으로 작품화되었는데 그만치 그의 소설이 발상이 남다르고 문장도 뛰어나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이름을 딴 ‘에도가와 란포 상(賞)’은 일본 미스터리 소설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자리매김하였으며 그 작품은 일본문화의 다양한 장르에 걸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이 작품 ‘고도(孤島)의 악마’는 그의 장편소설 중 대표작의 하나이다.